Game Dev/Article

우리나라는 왜 닌텐도DS 같은 게임기 못 만드는가

AKer 2010. 9. 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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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이라기엔 꽤 오래전에 친애하는 이명박 대통령 각하께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나라는 닌텐도(DS) 같은것 못 만드나?"
"우리나라도 이런 게임기 만들어보자."

사실 우리나라도 저런 게임기 만들 기술력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Made In Korea 게임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의 게임보이라는 8비트 게임기가 있었고 (본인이 소유했었음) 가깝게는 GP32, GP2X 등의 휴대용 게임기가 개발되었다. 하지만 이 게임기들 모두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왜일까?

기계의 성능이 나빠서? 가격이 비싸서? 절대 아니다. 정답은 "할 게임이 없어서"다. 기계의 성능이 흥행을 좌우한다면 PS3, XBOX360 등이 판치던 작년과 재작년 Wii 돌풍을 설명할 수 없고, 우리나라 가정의 구매력은 이미 게임기 하나에 벌벌 떨 시기를 지났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맞춰 자신의 PC를 업그레이드 하고, 새로운 차세대 기기를 구매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하드웨어는 원래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드웨어를 사용하려면 하드웨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나 컨텐츠가 부족하다면? 당연히 살 이유도 없고 구동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것이다. 예를들어 여러분이 DVD 플레이어를 사려고 하는데 현재 DVD 중 여러분이 보고 싶은 영화가 없다. 혹은 영화가 DVD로 발매되는 속도가 느리다. 그래도 DVD 플레이어를 사겠는가?

아래는 네이버에서 단순히 "GP32 게임"과 "닌텐도DS 게임"을 검색해 본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래 비교는 단순히 근거를 위한 것일뿐 GP32를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물론 GP32는 아마추어가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 SDK가 공개되어있고 판매되지 않는 별도의 배포 게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메인에 나오는 게임수가 7개이다. 닌텐도 DS는 여러분도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저기에 나온 것이 전부가 아니고 수십페이지의 게임들이 더 존재한다. 본인이 검색어를 잘못 입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유저들은 저런식으로 검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더 넓게는 IT 시장에서의 컨텐츠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이폰과 겔럭시S/옴니아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본인도 아이폰 유저지만 기계 성능은 오히려 겔럭시S가 월등하다. 화면 해상도/인코딩이 필요없는 동영상/DMB/교체식 배터리 등 아이폰에서 지원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겔럭시S나 옴니아 구매자들에게 물어보면 앱스토어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앱 때문에 "아이폰 살걸"이라고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각설하고 하드웨어를 팔아먹을 생각이 있다면, IT 시장을 선도할 생각이 있다면 컨텐츠 개발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거다. 그리고 스스로 IT 강국이라고 칭하는 정부는 당연히 컨텐츠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며칠전 기사를 보면 개인이 만든 비영리 목적의 게임도 심의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3~1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
http://thisisgame.com/board/view.php?id=481265&category=117&subcategory=

물론 이 법령을 시행하는 게임등급위원회에도 나름의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1. 게임등급위원회는 원래 게임을 진흥시키는 기관이 아니고 심의를 하는 기관이다. (돈이 필요하다.)
2. 누군가가 무분별한 게임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다. (돈이 필요하다.)
3. 그렇게 되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돈이 필요하다.)
4.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돈이 필요하다.)
5. 정부 목적, 종교, 공익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심의대상이 아니다.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이유들이 정당한가?

1. 게임등급위원회는 원래 게임을 진흥시키는 기관이 아니고 심의를 하는 기관이다.
게임시장이 사라진다면 당신들 부서는 온전한가?
2. 누군가가 무분별한 게임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다.
3. 그렇게 되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4.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자작곡을 만들게 내버려 두었다고 누구를 욕하거나 음해하는 노래가 널리 퍼져서 사회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한 것과 같은 이치다. 국민 교육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사례가 과연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
5. 정부 목적, 종교, 공익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심의대상이 아니다.
개인의 창작의 모티브가 이따위 카테고리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시/소설/영화/노래 등등의 창작물이 다 공익을 위해서 만들어지고 신을 찬양하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은 창작의 자유를 크게 침해하는 행위이다. 본인은 자작 게임을 만드는 중도 아니고 배포한 적도 없다. 하지만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그리고 자유국가에 사는 시민으로써 이따위 정책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구글은 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안드로이드 마켓의 게임 카테고리를 차단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 아고라에서 현 심의정책에 대한 서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게임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시간 내셔서 소중한 서명 부탁드립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html?id=97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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