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한 밤에 케이블 TV 채널들을 돌리고 있었는데 중화TV에서 삼국지 광팬인 나에게 눈길을 끄는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었다. 


"사마의 미완의 책사"


사실 삼국지의 팬이라고 하면 대부분 촉한정통론과 제갈량에 깊이 빠져있는데 (심지어 본인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는 질문이 나오면 항상 제갈량이라고 답하곤 함) 제갈량의 숙적인 사마의가 주인공이라고?


낭고의 상을 보여주는 장면.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소름.


소년시절부터 쌓아왔던 가치관이 흔들릴 것 같았지만, 드라마 퀄리티가 너무 좋아보여서 정주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삼국지에 무슨 "급포"라는 강호 무림고수가 나오고, 화타와 길평을 바꿔놓고... 1편부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4편까지 보고 있는게 아닌가!?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조조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사마의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조비가 불쌍하기도 하고, 천재 양수가 얄미워 보이기도 했다. 


왜 이렇게 빠졌을까 생각해보니 일단 배우들이 대단하다. 조조를 연기하는 배우 "우화위"를 검색해보면 초한전기에서는 진시황, 신삼국지에서는 유비, 미완의 책사에서는 조조를 맡을 정도로 사극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마의를 연기한 "오수파"는 50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청년 사마의부터 중년 사마의까지 귀여우면서도 위엄있고, 따뜻하면서도 냉정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조비 역의 "리천"은 실제로 대륙의 여신 "판빙빙"의 결혼 상대자인데, 잘 생기고 훤칠한데 카리스마까지 겸비했다. 


전반부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는 조조


각본 쪽을 생각해보면 사실 삼국지의 전쟁신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이 드라마는 권장하기 힘들다. 왕좌의 게임과 비슷하게 전쟁신은 대부분 나레이션으로 처리되고 ("XX년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패배했다."라고 자막으로 나오는 식) 대부분 초점은 다른 쪽에 맞춰져있다. 그 다른 쪽의 초점을 혹자는 정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본인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사마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정치에 입문하였고, 조비와 조식은 아버지인 조조에게 선택받기 위해 싸우고, 황제가 된 조비는 친인척들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사마의를 중용한다. 사마의는 가족드라마다!


시즌 1이라고 할 수 있는 "미완의 책사"는 사마의가 출사하고 조비가 태자가 되어 왕권을 강화하는 내용까지를 총 42개 에피소드로 다룬다. 각 에피소드는 40분이고, 에피소드를 끊어내는 타이밍이 뜬금없지만 (다음화가 전혀 궁금하지 않게 끝나는데 이건 직접 보면 알 수 있음), 세트와 복장, 카메라 각도 등 중국드라마라고 폄하할 수 없는 대단한 영상미를 담아냈다. 


그리고 시즌 2라고 할 수 있는 "최후의 승자"는 현재 방영하고 있는듯 하다. 다 끝나면 몰아볼 계획인데 며칠 전 채널을 돌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제갈량도 등장해서 벌써부터 현기증이...


어쨌던 내 중국어 귀까지 서서히 트이게 하고 있는 드라마로 (폐하=삐샤, 천하=텐샤 등) 사극, 삼국지 등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정말 추천하는 드라마.


  • 장점
    • 배우들의 연기력
    • 아름다운 영상
    •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위나라 내부 이야기
    • 가족애
  • 단점
    • 정사나 연의와 달리 일부 각색이 있음
      • 무공, 사마의 부인들
    • 전쟁신은 거의 없음
  • 흐름
    • 사마의가 조비와 인연을 맺음
    • 조비를 태자로 세우기 위한 힘겨운 사투
      • 조비, 사마의 vs 조조, 조식, 양수
    • 조비가 황제가 된 이후의 상황
      • 외척을 견제하는 조비
      • 사마의도 견제하는 조비

젊은 시절 조비와 사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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