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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개발자 생태계, 그래도 희망은 있다

AKer 2008. 9. 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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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밑에 지하실이 있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나라 개발자 생태계. 

잘나가는 전산학과 학생들은 의학 대학원으로 방향을 틀고 있고 개발자로서의 삶의 질은 점점 추락하고 있다.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을 버려야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때문에 창조적이어야할 개발자로서의 삶은 이 바닥에선 '막장'과 '삽질'이 지배하는 3D 업종으로 불리운다. 냉소주의와 회의론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우리네 SW산업 수준을 그대로 닮았다. 그래서다. '막장은 떠나는게 상책'이란 말은 꽤나 현실적으로 들린다. 

현재로선 '막장문화'를 제도적으로 개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노동자로서의 개발자들이 연대하고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속편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지금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개발자들 스스로가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도 개선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바닥밑의 요상한 지하실은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 냉정함과 불공정함이 결합된 불편한 현실은 외부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한 쉽게 깨지지 않는 법이다.



지난 27일 오전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2008 대한민국 개발자 컨퍼런스'. 

국내 SW산업의 모순에 대해 꾸준히 쓴소리를 해왔던 안철수가 이번에는 개발자 문화를 놓고 입을 열었다. 그는 '개발자들의 삶이 힘들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거론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지만 강연의 많은 부분을 개발자들이 재미를 갖고 전문성을 기른다면 막장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의사 출신인 만큼 의사들의 삶을 예로 들며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리 전망있어 보여도 스스로가 일에 재미를 붙일 수 없다면 삶의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개발자로서의 재미와 열정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우리나라 개발자들 힘들죠. 개발자들이 힘드니 SW산업도 덩달아 어려워집니다. 개발자란 직업이 갖는 전망도 어둡습니다. 그러나 전망이란게 덧없는 것일 수 있어요. 예전에는 의대생중 공부 잘하는 사람이 외과갔는데, 지금은 안그래요. 피부과갑니다. 우리때는 안그랬거든요. 결국 지금 전망있는 분야는 10년, 20년뒤에는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의사들을 예로 들어볼께요. 어떤 설문 조사를 봤는데 의사들중 50%가 직업에 만족을 못한다고 해요. 20%는 개업한 뒤 망합니다. 금융사범으로 전락해 동남아시아로 도피한 사람들도 많아요. 의사는 똑똑한 사람들이 필요없는 직업입니다. 성실하고 마음 따뜻한 사람이 좋은 의사가 되는거죠. 

의사는 매일 150명씩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성격이 안맞으면 견딜 수가 못해요. 성적이 좋아 전망만 보고 의대간 사람들은 매일 매일 고통입니다. 이건 우리나라 50% 환자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것과 똑같아요. 결국 중요한건 재미입니다. 재미가 있으면 열정을 갖고 일하면서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들어갔던 분야가 유망 분야로 뜨면 더욱 대접받고 살 수 있어요. 설사 그렇지 못한다고 해도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이제는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면 먹고사는데 지장없는 구조가 됐어요. 전문가가 된다면 전망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안철수는 재미는 기본일 뿐이라고 했다. 재미를 바탕으로 노력해서 전문가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안철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강조했다.

첫번째는 기본기다. 시류를 따르는 테크닉을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개발의 기본기를 튼튼하게 해놔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컴퓨터를 처음사면 워드 프로세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있고, 윈도비스타 공부한 다음에 워드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어요. 워드부터 한 사람은 당장은 일을 빨리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 수 가 없어요. 운영체제(OS)는 그렇지 않습니다. OS를 알면 문제를 풀 수 있어요. 다른 공부하는데도 지장이 없습니다. 기초라는게 이런게 아닐까 싶어요. 자바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C를 아는 사람이 자바 프로그래밍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C프로그래머들은 처음에는 어셈블리 언어로 시작한 사람들이 많아요. 전문성을 기를려면 기초가 필요합니다.

안철수가 두번째로 강조한 것은 창조적인 사고다. 뻔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무슨일이든 다르게 하려면 창조적 사고는 필요충분조건이란게 그의 생각이다.

세번째는 장인 정신. 풀어쓰면 혼이 있는 개발자다. 안철수식으로 표현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능동적으로 자기 스스로 만족하는 물건을 만든다는 마음입니다. 조직 체계가 잡히면 개발자와 품질관리가 분리되는데 역할이 분리되다보니 개발자들중 버그 잡는 것은 품질관리쪽에서 알아서 한다는 마음으로 코딩한 다음에 그냥 던져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품질은 시간 문제가 아니에요. 의지와 실력 문제입니다. 의지와 실력이 있으면 품질은 일정수준이 될 수 있습니다. 버그는 품질쪽에서 잡는게 아닙니다. 품질관리쪽에서 버그를 찾아내면 개발자들은 부끄러워할줄 알아야 해요.

네번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안철수는 "현대는 한 사람의 천재가 모든 것을 할수 있는게 아니라 한 사람이 못할 일을 여러 전문가가 함께 모여 만들어가는 시대다"며 "전문가의 실력은 전문 지식 곱하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고 강조했다. 자기가 아는 것을 제대로 설명할 줄 알고 스스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추는게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영어와 팀워크도 강조됐다. 특히 영어에 대해 안철수는 "프로그래밍 실력을 기르는데도 도움이 될 뿐더러 직장을 찾는데도 도움이 된다"면서 "실력과 영어가 된다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게 꿈은 아니다"고 말했다.

안철수가 던진 메시지는 많은 고참급 개발자들이 강조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가 요구하는 개발자상은 대체로 이런 모습인 것이다. 궁금해진다. 고급 개발자를 꿈꾸지만 아직은 '막장'속에서 '삽질'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진 청년 개발자들은 이런 메시지들을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의지를 불태우고 있을까 아니면 "거룩한 얘기만 한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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