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가 나지 않아, 갓난 아이를 쇳물에 넣었다는 에밀레종 전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이를 시주한 뒤 종은 완성되었다.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으로 오늘날까지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2, 제3의 에밀레종을 계속 만들 수 있었을까?
요새 우리 프로젝트가 에밀레종 전설을 따라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된다. "Epic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희생이 당연한 것인가? 사실 조금은 아리송하다. 철저히 계획적이고, 관리된, 이상적인 프로젝트 성공사례를 잘 알지 못하기에...
만약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희생하여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나는 모른척 그 성공을 즐길 것인가? 이것도 잘 모르겠다. 나도 이기적인 인간 중 하나이기에... 하지만 확실한건 옆에 사람이 괴로워하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그 사람만큼 힘들고 괴로워 진다는 것이다. 성공하고 나면 즐겁게 술 마시며 늘어놓을 수 있는 무용담이 되는걸까?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운"을 제외하면, 나는 내 대부분의 노력과 실력을 지금 프로젝트에 쏟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라도) 하지만 "희생" 앞에서는 괜시리 죄책감이 든다. "나는 내 주말을 회사에 바쳤나?" 혹은 "나는 성공을 위해 잠을 줄이고 내 저녁시간을 회사에 투자했나?" 물론 한두번의 희생은 나 자신도 각오하고 있다. 하지만 이 희생이 계속 이어져왔으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희생해야 할 것 같다면...
노력과 실력만으로 성공하지 못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희생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최선의 노력을 다 했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면, 운이 없거나 실력이 모자란 것이다. 서로 위로하고, 하늘도 욕하고, 반성한 후에 다시 실력을 키워서 도전하면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쇳물에 녹아내렸다면, 성공을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에밀레종을 만들지 말자.
사실 에밀레종 전설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 논란이 있다. 하지만 본 글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의 핵심이 아니므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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